삼킴 장애(연하곤란)는 단순히 식사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증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신경학적 문제입니다. 주로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등의 신경계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흡인성 폐렴, 탈수, 체중 감소, 영양실조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 환자 비율이 증가하는 현대 의료 환경에서 삼킴 장애에 대한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진단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은 이에 대응하여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진단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신경학적 접근을 통해 환자의 기능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1. 국내 대학병원의 삼킴 장애 진단 절차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삼킴장애 환자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단계 진단 절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 삼킴 테스트를 넘어, 정량적 자료와 영상 기반의 분석, 신경학적 반사 기능 평가 등을 포함합니다. 각 단계는 환자의 상태, 인지 능력, 병변 위치,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조정되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① 사전 병력 청취 및 기본 검사
신경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의 협진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병력을 포괄적으로 검토합니다. 주요 확인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킴 장애의 발현 시기와 증상의 변화 양상
- 최근 3개월 내 체중 변화, 탈수 증상 여부
- 흡인성 폐렴 병력
- 기저 질환: 뇌졸중, 파킨슨병, 루게릭병, 다발성 경화증 등
- 약물 복용 여부 (항콜린제, 항정신병 약물 등은 삼킴에 영향을 줄 수 있음)
② 베드사이드 연하 평가 (BSE: Bedside Swallowing Evaluation)
언어치료사 또는 작업치료사가 병상에서 시행하는 1차적 스크리닝 평가입니다. 물이나 젤리 같은 식이를 제공하면서 환자의 반응과 연하 기능을 관찰합니다.
- 구강 구조: 혀 운동성, 입술 폐쇄력, 구강 건조 여부
- 자발적 침 삼킴 유무
- 물, 점도 조절 식이 투여 시 사래, 기침, 음성 변화 관찰
- 침 분비 조절 능력 확인
BSE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다음 단계로 영상 기반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③ 비디오투시연하검사 (VFSS: Videofluoroscopic Swallowing Study)
VFSS는 방사선 투시 장비(X-ray)를 이용하여 바륨 혼합 식이(액체, 젤리, 고형물)를 삼킬 때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 구강기: 혀의 추진력, 입술 폐쇄력, 볼 근육 협응
- 인두기: 후두개 닫힘 여부, 인두 수축력, 흡인 여부
- 식도기: 조기 식도진입 또는 역류 관찰
- 시간적 요소: 삼킴 개시 시간, 후두 상승 지속 시간 등 정량 분석
VFSS는 국내 대학병원 대부분에서 ‘삼킴 장애의 골드 스탠더드’로 간주되며, 치료 전략 수립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④ 내시경연하검사 (FEES: Fiberoptic Endoscopic Evaluation of Swallowing)
비강을 통해 삽입한 내시경으로 후두, 성대, 인두 공간을 관찰하며 삼킴 전·중·후의 기능을 분석하는 검사입니다.
- 흡인(silent aspiration) 여부
- 후두개 작동 여부, 성대 폐쇄 확인
- 분비물의 잔류량
- 삼킴 후 이물질이 기도에 남는지 여부
환자가 체위 변경이 불가하거나 방사선 노출이 제한된 경우 VFSS보다 FEES가 선호됩니다.
⑤ 감각 및 반사 기능 검사
다음은 신경학적 기능을 평가하는 핵심 검사입니다:
- 기침 반사 유무: 미주신경(X) 기능 간접 평가
- 후두 감각 검사: 연수 반사(설인신경 IX, 미주신경 X)
- 설하신경(XII): 혀의 움직임, 근육 위축 여부
- 설인신경: 후인두 벽 촉진 후 gag reflex 여부
2. 신경학적 진단 원리 – 뇌신경과 연하중추의 통합 해석
삼킴 작용은 대뇌피질, 뇌간, 말초 뇌신경이 협응 하여 이루어지는 고도로 복합적인 기능입니다. 진단은 단순히 삼키는 행위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경 기능이 손상되었는지 판단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주요 뇌신경과 역할
- V번 삼차신경: 구강 감각, 저작근 조절
- VII번 안면신경: 입술 폐쇄, 볼 근육
- IX번 설인신경: 인두 감각, 일부 연하 반사
- X번 미주신경: 후두 및 인두 근육, 기도 폐쇄
- XII번 설하신경: 혀 운동, 음식물 추진
중추 조절 구조
- 대뇌피질(SMA, PMC): 의도적 삼킴 개시
- 뇌간 연수(Medulla): 연하중추 위치, 반사 조절
- 고립로핵(NTS): 감각 입력 수용
- 의지핵(NA): 운동 명령 출력
뇌졸중이나 외상으로 이 회로 중 하나라도 손상되면, 삼킴 장애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병변 위치가 대뇌인지 뇌간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치료 접근이 필요합니다.
3. 국내 병원 임상사례 분석 – 실제 적용과 개선 효과
①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대상: 좌측 대뇌 피질 뇌경색 환자
증상: 삼킴 반사 지연, 혀 추진력 부족
평가: VFSS 상 구강기에 바륨 잔류, 인두 이행 지연
치료: 보완운동 훈련, 이중 삼킴, 점도 조절 식이
결과: 3주 후 삼킴 반사 시간 2초 단축, 점도 증가 식이 가능
② 연세세브란스 언어치료센터
대상: 연수 출혈 뇌간 손상 환자
증상: 무의식적 흡인, 기도 보호 미흡
평가: FEES 상 분비물 다량 잔류, 후두개 작동 불가
치료: NMES + 감각 자극 + 위루관 영양
결과: 2개월 후 후두 반사 회복, Gel type 점도 식이 섭취 가능
③ 분당서울대병원
대상: 파킨슨병 중기 환자
증상: 연하속도 저하, 사래 빈발
평가: VFSS 상 인두기 지연, 후두 상승 미약
치료: 약물(L-Dopa), Chin tuck + 보조 연하법
결과: 치료 후 음료 섭취 시 사래 감소, 음성 질 개선
삼킴 장애는 신경계 질환 환자의 회복과 생존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국내 대학병원들은 이를 위해 과학적이고 신경학적인 평가 도구와 프로토콜을 체계화하고 있으며, 뇌신경의 손상 부위에 따라 맞춤형 진단과 재활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VFSS와 FEES는 필수 영상 도구로 자리 잡았고, BSE와 감각검사는 실질적인 기초 평가를 보완합니다. 의료진,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간의 협업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며, 환자의 빠른 회복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신경계 환자에게 삼킴 평가는 반드시 초기 진단에 포함되어야 하며, 향후 노인인구 증가에 대비한 표준화 및 자동화 기술의 도입도 적극 고려되어야 합니다.